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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Jun, 2017

응징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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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재TV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인, 이러다 벌 받지 않겠나?" 6월20일 공개된 이 동영상을 본 느낌과 지난 주말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한쪽에서는 농촌의 심각한 가뭄으로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애써 받아 놓은 빗물을 그냥 흘려보내면서 박수치는 환경론자들이 행태는 참으로 걱정스럽다는 것. 그리고 문정인이 '싸드 문제에 대한 갈등으로 한미 동맹이 위협이 된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 고 한 것은 비아양 거리는, 못된 말투이라고 주장하였다. 

여기까지는 나도 동감할 수 있다. 


그런데 이어지는 스토리는 내 생각과 달랐다. 

제목에 있듯이 "이러다 벌 받지 않겠나?"는 논조. "은혜를 원수로 갚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 모두가 천벌을 받지 않을까?"하는 논조. 국가를 생각하는 듯한 논리가 나에게는 "좌파 세력들아 당신들은 저주를 받을 것이다. 응징을 기다리라"는 협박으로 들렸다. 시장 원리를 무시하면 반드시 보복을 받는다고도 했다. 지금 시대의 청년실업 문제도 시장을 무시한 죄의 댓가를 치르는 것일지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한 상황을 또 경험하였다. 


1. 민족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 '일곱번이 아니라 일흔일곱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북한의 침략 범죄를 용서하지 않으면 평화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신부님의 강론은 "6.25. 한국 전쟁은 민족상잔의 비극이며 전쟁을 확대시킨 미국에 협력한 사람을 찾아서 처벌해야 한다." "일제시대 일본에 협력한 사람에 대한 응징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에 협력한 사람들을 끝까지 추적해서 응징해야 한다." 북한은 용서하고 미국과 일본에 협조한 우리 국민은 응징해야 한다고 가톨릭 사제가 주장을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2. 태국의 계란 200만개 수입 불발에 대한 의혹. 아직도 진행중인 사건이어서 정확한 경위는 모르겠지만 내가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계란 부족이 심각하여 태국에서 계란을 수입하기로 했는데, 수입하기로 한 200만개의 계란은 부산항에 도착하지 않아 조사중이다'라는 것. 이에 대하여 어떤 이는 "관련 공무원을 조사해서 처벌해야 한다"고 했고 나는 "기업인이 사기를 당했으니 손해를 보겠네. 기업인의 불법이 있으면 조사하면 되는 일이지, 공무원이 개입되었을 것으로 예단하는 것은 비약이다"


3.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영화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라는 질문에 "재벌 병원의 비리에 항거하는 시골의사의 투쟁 이야기"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의사들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젊은 의사 시절에는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다. 젊은 시절 실패한 경험을 거울 삼아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의사 이야기"라고 요약하였다. 재벌 병원의 비리가 만연했다고 고발하는 영화라고 하기에는 응급실 스토리 전개의 비중이 너무 컸다.


정규재 TV의 보복 경고, 김정은은 용서하고 친일친미는 응징해야 한다는 가톨릭 사제의 말. 모두들 보복과 응징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일흔일곱번 용서하라는 성서의 말씀을 인용하면서도 친일친미는 끝까지 추적해서 응징해야 한다는 가톨릭 사제의 미사 강론 공개 발언은 내 귀를 의심하게 한다.  

계란 수입 관련 공무원을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 응급실 상황 드라마를 보는 관점들도 누군가를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 있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응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은 어쩌면 반성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나는 주장한다. 갓난 아이가 아니고서야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가지 않는 사람이 없는데, 창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다? 그토록 저주를 쏟아 붓고 응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죄를 모두 잊었던지, 자신의 죄는 이미 용서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영화 [밀양]에서 처럼. 


창녀에게 돌을 던지는 용감한 사제를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

반성만 하다가 정의를 외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분노와 복수심에 눈이 멀어서 응징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의로울 수가 없다. 언론인이건 종교인이건 응징을 주장하려면 재판을 받으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독재 시대의 김수환 추기경은 국민의 저항을 대변하여 존경을 받으셨다. 그렇지만 지금 좌편향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정치 교수, 정치 신부로만 보이며 측은하다. 


박근혜 정부의 불통과 성장 위주의 정책이 저항을 초래하였고, 탄핵을 받고, 물러나서, 재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공무원으로 근무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던 우리 국민이지 응징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의 정책이 틀릴 수 있고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 거기까지이다. 나라를 팔아서 개인 이익을 챙기려했다는 주장, 그러니 응징을 해야한다는 주장은 재판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자신의 주장이 재판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는 일을 만들어서라도 응징을 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과 다름이 없다. 

김정은을 두둔하는 사람들이 평화주의자 같지만 문제는 심각하다. '김정은이 북한 동포를 살리기 위해서 핵 개발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으니 김정은의 선의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그 결과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은 슬그머니 지워버린 반성문 한 줄이다. 


어떤 생각이든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틀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가뭄으로 농사를 망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환경을 훼손해서야 되겠느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싸드가 없어서 전쟁이 난다면 싸드가 있어도 역시 전쟁은 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위험을 감수할 것이냐는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진실은 밝히고 정의로운 주장은 해야한다. 그러나 보복과 응징을 먼저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사라져 주면 좋겠다.  그들은 자신의 비리를 감추려는 기회주의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톨릭 사제 모두를 비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대다수의 사제들에게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사랑과 평화의 사도로서 가톨릭의 역할은 지금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모든 환자를 살리지는 못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좋은 의사들이다. 

모든 공무원이 비리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대부분이 좋은 공무원이다. 그렇다고 공무원 세상이 되면 안되는데...

모든 국민이 좋은 사람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부분이 우리 이웃이다. 

...

... 

profile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교수

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 이사장

대한심장학회 심장병리연구회 회장

아시아태평양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부회장

 

Jeong-Wook SEO, MD
Professor, Department of Path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Chairman, Woochon Cardio-Neuro-Vascular Research Foundation

Executive Vice-president, Asia Pacific Association of Medical Journal Editors (APAME)



Tel: +82-2-740-8268+82-2-740-8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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