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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방법은 효과적이지만 야비하지 말아야 한다. 

야비하긴 하지만 효과적일 듯한 방법이 우리를 유혹한다.


[1] 전제: 

이 부분은 읽지 않아도 좋다. 너무 당연하지만 꼭 집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이다.

위안부 역사를 안고사는 민족으로서, 우리가 지켜주지 못했던 여성의 인권에 대하여 반성하고 기해자들에게 분노의 마음을 버릴 수 없다. 가해자들도 즐거운 승리의 역사라기 보다는 잊고 싶은 과거이며 속죄의 마음으로 돌아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민족중에도 그리고 일본인 중에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겠지만 보편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 우리가 통상 만나는 일반 개인들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2] 배경:

동아일보 [허문명의 프리킥] 베트남에 한국남자상이 세워졌다면 (클릭하시면 원문을 볼 수 있어요)  을 조광리 선생이 페북에 올려서 읽었다. 일본군의 만행에 대하여 우리가 기억하고 분노하는 것처럼 베트남 사람 중에는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 군인의 행동을 천벌을 받을 만행이었다고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반성과 함께 과거 역사에 대한 절제된 감정 표현을 주장한 글이었다. 이에 대하여 이은형 선생은 "개별 군인의 범죄행위와 군대 조직이 개입한 범죄행위는 다른 거지. 균표를 준 일본군은 스스로 군대가 조직적으로 한거고 우리 군은 소수의 일탈자가 벌인 거고. 그래서 베트남의 반응도 다른거지." 라고 하면서 한국군인의 죄와 일본 군인의 죄에 대하여 동일시 하는 것이 한국 군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하였다. 


[3] 생각:

나는 허문명 논설위원을 처음 알았다. 여성이라는 것에 조금 놀랐다. 여성 문제에 대한 용서를 주장하는 글을 쓴 여성의 논리도 감동스러웠고 용감한 글이라고 읽었다. 글을 추천한 조광리 선생이나 이은형 선생 모두 생각이 깊고 진실한 사람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나의 관심을 일깨운 그분들이 고마웠다.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하는 것은 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분들의 뜻을 헤아리고 그 분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상을 찾아내는 것이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그분들의 생각에 덧 붙여서 내가 만들 수 있는 논리와 사상을 정리하고 표현하며 다른 분들의 반응과 입장을 헤아리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다. 


[4] 논리:

진실은 변하지 않더라도 논리는 변한다. 조선시대의 여성 인권과 사대부의 행동을 지금의 잣대로 재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 전쟁에서 피를 흘리는 군인들의 생각을 평화시대를 누리는 우리들의 생각과 동일시 할 수 없다. 모두들 미치지 않고서는 전쟁을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그 당시 사람들은 모두 미치광이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 이시간 우리들의 생각도 미래의 인간들이 보기에는 미개인과 다를 바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여 조심스럽다. 과거는 과거이고 미래는 미래라고 하는 것이 나을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70년 전 일본군의 만행과 40년전 한국군의 만행, 그리고 100년전 조선시대 양반들의 만행도 역사적인 산물이지 지금 살고 있는 후손들에게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다. 일본 정부의 명령에 의해서 위안부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에 위안부 사건은 문제가 되고, 베트남 전쟁이 한국 군인의 행위는 개인 일탈이니 차원이 다르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군법은 엄격해서 전쟁 중이라도 강간 등 성폭력을 하면 사형이라고 들었다. 그렇지만 사형 당하지 않고 살아 있는 베트남 참전 용사로서 성 범죄자의 낙인이 찍힐 수도 있는 분이 국가 유공자로 예우받고 있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을 모두 자진 신고를 받아서 처벌을 하는 것은 반대한다. 잊혀질 권리가 잊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5] 반론:

그렇다고 모든 것을 잊고 모든 잘못을 용서하자는 말은 아니다. 내가 용서하는 것은 나의 자유겠지만 내가 용서하자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과거의 잘못을 이해는 하더라도 용서를 한다는 것이 우리도 그런 범죄를 저지를 위험에 가까이 가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잊어서는 안되고 처벌 할 수 있는 책임자가 있다면 처벌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요구하는 것은 합당하다. 


[6] 방법:

'왜', '무엇을'에 대한 논리가 있으면 그 다음은 '어떻게'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배상을 받아내며 그들이 영원히 잊지 못하도록 괴롭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끊임 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지속적으로 괴롭히며 어떤 보상도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싶다. 무한 책임과 무한 보상, 삼족을 멸할 뿐 아니라 그 후손들까지 줄줄이 괴롭히는 것으로도 우리의 한을 푸는데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들에 대한 복수와 책임자 규명 요구는 영원히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화살은 나에게로 돌아온다. 우리 자신도 때로는 가해자이고 우리의 탓을 할 구석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도 잘못했다는 양비론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 주장을 행동으로 옮기는 동력이 떨어지지 우리 잘못을 감추는 것이 효과를 증폭하는 전술이 된다고 뻔뻔스러운 논리를 만들 수 있다. 

그래 우리의 잘못을 이야기 하는 것은 금기 사항이며 우리는 절대적으로 선하고 성윤리가 철저한 민족인데 야만적인 일본 군인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입가에 묻은 침을 닦아 내면 그만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보수 꼴통"이라고 몰아붙이고 입을 열지도 못하게 하자. 이 것도 방법은 방법이다.


[7] 야비한 방법:

한 단계 더 나아가 야비한 방법을 쓰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들의 앞 마당에서 괴롭히는 것이다. 일본에 가서 일본 정부청사 앞에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위안부 소녀상을 설치하고는 싶으나 그 것이 실현 가능하지 않으니 아쉬운대로 일본 대사관, 일본 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이다. 한단계 더 나아간다면 한국에 입국하는 일본인들에게 입국 스탬프를 찍으며 위안부 가해국민이라고 주홍글씨를 찍어주는 것은 어떨까? 한국에서 거주하는 일본 국민의 자제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일본 아이들을 위안부 가해자 후손이라고 왕따시키는 것은 어떨까? 

위안부를 이용해서 일본 군인의 사기를 높인 것이 야만적이었다면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을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하는 것은 야비한 방법이다. 일본 대사관을 드나드는 일본인들이나 외국인들에게 알리는데 효과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반감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문명인이 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한국인은 야비하다는 것을 알리는 역효과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야비한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한편으로는 맞지만 다른 부작용이 있다. 좋은 약도 부작용이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묘수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8] 야비하지 않은 방법:

우리 일상에서 우리가 하는 일들은 야비하지 않다. 살인자라고 해서 그들의 자식들까지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낙인을 찍지는 않는다. 타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방식의 항의는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원망과 분노는 대상이 있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 자신의 마음의 응어리로 남아 있다는 것이 우리가 풀어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위안부 후손들에게 일본 정부의 사과와 보상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 플라세보다. 일본 정부가 어떤 형식의 사과를 한다해도 그 것으로 과거를 지울 수가 없다.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위안부를 위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과를 내가 받아냈다고 주장하고 싶은 정치인의 제스춰이다. 그러다 보니 사과와 보상을 받아냈다고 주장하는 정치인과  그 것으로 부족하다는 정치인이 있을 뿐이다. 위안부와 그들의 후손인 국민들은 다르지 않은 두 부류의 정치인들에게 이용당하고 있을 뿐이다. 


[9] 서대문형무소:

겨울에 찾은 서대문형무소는 싸늘했다. 관람객들을 위해서 난방이라도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옥은 추웠다. 그런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 분들을 기리고 그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겼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가 따뜻하다 못해 너무 에너지를 소비하지는 않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서대문 형무소는 더운 여름에 찾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시원해서 관람하기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묻겠지. 시원한 곳을 찾아? 서대문 형무소보다 은행이 더 시원한데.

위안부 기념관을 세우자. 일본 대사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세우자. 위안부 소녀상을 양지 바른 곳에 모시자. 그 분들의 고향을 바라보고 하자.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대사관이 회피하고 싶은 대상이지 가까이 두고 싶은 추억의 대상이 아니다. 그 분들에게나 우리들에게 제국주의 일본은 소멸된 역사이다. 일본인들도 가끔 참배를 하는 것을 막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요구하지도 않는다.


[10] 돌아가신 부모님:

돌아가신 부모님을 가까이 뵙지 못함을 안타까와 하기는 하지만 돌아가신 시신을 안방에 모시지는 않는다. 부모님을 찾아 산소나 납골당으로 가는 것 자체가 정성이다. 부모님 묘소를 찾지 않는 다른 후손들이 조금 원망스럽기는 하지만 그들을 나무라기 보다는 내가 내 부모님을 한번 더 찾는 것이 나에게 행복을 준다. 1년 365일을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리면서 살아야 마땅하지만 그러기에는 다른 생활이 바빠서 명절 때 차례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대신한다. 

부모님 묘지는 앞마당에 두지 않으면서 위안부 소녀상을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야비하다. 

효과적인 방법 같지만 사실은 효과적이지도 않다. 


profile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교수

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 이사장

대한심장학회 심장병리연구회 회장

아시아태평양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부회장

 

Jeong-Wook SEO, MD
Professor, Department of Path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Chairman, Woochon Cardio-Neuro-Vascular Research Foundation

Executive Vice-president, Asia Pacific Association of Medical Journal Editors (AP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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