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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Aug, 2018
Korean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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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밀리고 부담이 커지면 정리를 한다. 하고 싶은 일도 정리하고 해야하는 일도 가지치기를 한다. 나무에 가지치기를 하는 것은 나무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내게 맡겨진 일을 정리하는 것은 꼭 "그 일을 사랑하지만" 이라고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하기 싫은 일을 이 기회에 떼어 내는 경우가 더 많다.


이를테면 성당의 구역장. 처음부터 하기 싫었다. 그냥 참여를 하면 되었지 구역의 책임을 맡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런데 주변에서 도와줄테니 맡아달라고 해서 맡았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품고 있을 기분이 아니다. 후임자가 없더라도 그냥 떠나기로 했다. 성당 일 같으면 모두가 자발적으로 자율적으로 해야 의미가 있고 아름다울 것이다. 그런데 일이 그렇지만은 않다. 혹자는 원래 일이라는 것이 자발적일 수만은 없다고 주장하고, 특이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끼어들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도 한다. 즉, 자발적인 일도 의무가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과, 남에게 의무를 지우려는 사람이 문제라는 견해이다. 전자는 동의한다. 그러나 후자는 내 생각과 다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자발적으로 하기는 하되 못하게 되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데 주변에는 "당신이 그 일을 맡았으면 열심히 해야지 왜 의무를 게을리 하느냐?"고 하는 사람이 있다. 기분 나쁘다. 그가 나를 떠나도록 한다. 


이익 사회에서는 합의나 계약에 의해서 관계가 형성되고 자발적인 이해와 성의가 보태져서 일이 부드럽게 돌아간다. 자발적인 이해를 끌어 내는 것이 리더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공동 사회는 내가 원해서 형성된 것이 아니라 그냥 그 곳에 살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교회는 분명 공동사회이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고 선의로 베푸는 것이다. 왜 베풀지 않느냐고 야단치는 사람이 목소리를 내면 공동사회는 무너진다. 사회 구성원 들은 불만을 갖게 되지만 불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냥 떠난다. 떠나지는 않더라도 떠난 것과 마찬가지인 관계가 형성된다. 

천주교 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느 종교에나 문제가 있는 사람, 그 사람에 오염된 사람, 그 사람들이 뿜어 내는 독소에 중독되거나 마비된 사람이 있다. 그들은 사명감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가 욕심으로 뒤범벅이 되었다는 것은 쉽게 알아 차린다. 사명감은 참 무서운 것이다. 자신이 잘하고 있고 정의로우며 올바르다고 믿는 사람들. 원래 사명감 자체는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필요하고 좋은 것이다. 그런데 사명감을 표현하면서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다는 것은 알아야 한다. 모두에게 좋은 처방이 없듯이 그의 사명감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피해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정의로움을 인정하라고 강요하거나 자신은 만인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환상에 젖는 것은 문제다. 천주교 사제는 후자가 특히 문제이다. 자신에게 좋은 말만 하는 사람에 도취되어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 그도 어쩔 수 없이 사람이다. 


내가 사회 복지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다른 경우이다. 그 영역은 이익사회에 해당한다. 나는 자발적으로 그들의 활동에 참여하고 언제라도 떠날 마음이지만 그들이 하는 일이 보기 좋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니 참여하는 것이다. 나에게 경제적인 도움이나 명예 등은 없지만 참여하는 것이 내 마음에 평화를 준다. 조용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는 것이지 만약에 직함을 주거나 보상을 하겠다고 하면 갑자기 싫어질 수 있다. 항상 편한 것만은 아니지만 지금 하는 정도의 거리를 두면서 적절히 마음과 시간, 그리고 약간의 금전적 희생을 하는 것은 즐거움이다. 


오픈액세스와 학술지 편집인 활동은 사명감에서 하는 일이다. 내가 이용하고 있는 사명감이 정말 건강한 사명감인지 아니면 부적절한 욕심을 사명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인지 돌아보곤 한다. 나에게 부담스럽고 짜증이 나기도 하며 희생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나는 감내하고 있다. 때로는 명예라는 이름의 보상이 아쉽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의 명예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한 명예가 필요한 것이어서 개인적인 욕심과는 사뭇 다르다. 정말 나에게 직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전문적인 봉사 활동의 경우에는 적절한 직함이 필요한 것 같다. 적절한 권위를 가져야 오픈액세스 활동이나 편집인 활동을 할 수 있고 나 자신의 봉사 활동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심장 관련한 활동이 공동사회는 절대 아닌데 시간이 흐를 수록 공동사회의 성격이 생기는 것 같다. 학문적 호기심과 열정으로 하던 일들이 이제는 나의 숙명으로 여겨지고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사랑하고 싶은 생각이다. 물론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인적 물적 자원이 필요하고 약간의 명에와 권력도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일을 추진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열정과 자부심이다. 그냥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하고 나의 행복감이 몇사람의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기에 한다. 내가 자원을 독점해서 타인에게 원망을 들을 위험은 생각하고 조심한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자원으로 정성스럽고 겸손하게 하려고 한다. 


그래도 직업이 교수이니 교수라는 직업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남는 것이 가족이다. 

profile

서초구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여러분의 친구

오픈액세스/ 학술정보/ 도서관/ 학술지편집인 활동가

심장박물관/ 심장 혈관 3차원 큐레이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교수

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 이사장

대한심장학회 심장병리연구회 회장

 

Jeong-Wook SEO, MD
Professor, Department of Path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Chairman, Woochon Cardio-Neuro-Vascular Research Foundation

President, Cardiac Pathology Study Group, Korean Society of Cardiology

Curator, Heart Museum, 3d Heart & Vessels

Activist, Open Access/ Scholarly database/ Library/ Scholarly Journal Editor

Friend, Social Welfare/ Volunteer Communities


Tel: +82-2-740-8268
Mobile: +82-10-2666-8268
E-mail: jwse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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