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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Dog" 로 비유되는 우울증에 대한 WHO 에서 만든 동영상을 본 적이있다. 우리 삶에 너무 친근한 반려동물이지만 무서운 공포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 동영상을 보게 된 이유도 가까운 지인이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제자는 그런 몹쓸 병으로 자살을 결행하기도 하였다. 우울증은 정말 무서운 병이다. 그리고 흔한 병이어서 병이  아니라 삶과 성장의 과정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자살을 생각했던 사람은 주변에 무수히 많다. 아마도 이웃의 30% 정도는 한번쯤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추정한다.


어제 신문에도 자살을 하려는 모녀를 설득하여 다리 난간에서 나오도록 했다는 협상 전문가의 이야기가 소개되기도 하였다. 그 순간을 넘긴다고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 순간을 넘기지 못하면 그의 삶은 마감되고 이웃에게는 평생 잊지 못하는 어두움을 준다. 따라서 자살하려는 시도는 어떻게든 막아야 하고 자살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거나 자살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 논리이다.


심장박물관을 특별히 아끼는 분을 만났다. 그는 숙명처럼 심장을 사랑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장과 심장병, 심장의학을 생각하면 힘이 솟고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한다. 심장을 좋아하는 사람은 주변에 꽤 있다. 말로는 그렇게 표현할 수 있고 그런 생각을 일시적으로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서진 학생은 다르다. 집요하게 심장에 대하여 공부하고 탐구하는데 그 수준이 매우 학구적이고 이성적이며 전문적이다. Facebook을 통해서 만났으니 그의 삶이나 철학, 사상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다. 글로 표현된 것을 내가 이해한 만큼만 아는 것이고, 내가 이해한 것이 실제와는 다른 내용이 상당할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사실만을 두고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진 학생이 하는 것은 주로 일본 의학 서적을 번역해서 공개하는 것이다. 일본 책에 기록된, 심장에 대한 지식을 번역해서 사진과 함께 자신의 해석을 올리는데 매우 정확하다. 고3 때부터 자신이 심장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도 지니고 있다. 선천성 심장병 환우회 활동이나 고통받는 장애인과 환자에 대한 마음씨는 참 곱게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그에게 그림자가 함께 있다. 그의 마음에 아직도 머물고 있는 black dog가 있다. 잘 이해가 가지 않고 그가 걱정되었고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고통스러워 했지만 글로 표현하면서 극복해왔다. 자살을 하려고 했던 과거를 의외로 덤덤하게 표현하였다. 어린 소녀 시절 알게된 자신의 실체적 결함과 질병을 감추지 않았다. 약점을 애써 기록으로 남겨 공개하는 것은 약점을 극복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두렵다.  


그는 아직 20대 초반이라고 하는 것도 위험해 보인다. 40세 정도 삶의 경륜이 쌓인 분이 그런다면 또 모르겠는데 그에게는 아직 그런 경륜이 쌓일 시간이 없었다. 미성년을 갓 벗어난 소녀에게 우울증과 열정이 교차되어 들이 닥친다면 이겨내기 힘든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아직도 정서적으로 불안해 보이는 서진을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 그렇지만 내가 그에게 도움을 줄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섣불리 개입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정신과 주치의와 부모, 오빠와 건강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듯하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에게 머물고 있는 평화를 흔들까 두렵다. 


심장박물관을 찾아서, 대구에서 먼길을 왔다. 심장박물관과 나를 만나러. 반가웠지만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어색하기도 하고, 친절하게 대하지 못하는 내 모습도 부끄러웠다. 

조심스럽게 제안을 해 보았다. 그가 번역하는 일본 책을 의료진들과 함께 번역과 감수를 해서 출판해 보자고. 출판사와 협의를 해야 되기는 하겠고 일본 출판사와 저작권 협상도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그런 일이 순조로와서 번역서를 출판하게 된다면, 그리고 그 일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된다면 추진해 보자는 것이다. 그에게는 성취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출판을 완성한다면 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를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서진 학생이 번역한 내용으로 보면 충분히 가치 있는 출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에게 하고 싶은 충고는 Facebook 에 올리는 자신의 개인적인 기록을 줄이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의 우울증 투병 내용을 기록으로 만드는 과정이 자신의 두려움을 객관화하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 부분은 격려하고 싶고 그 방법으로 인하여 서진 학생에게 밝은 표정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이제는 조금 줄이도록 하자고 했다. 그리고 서진 학생도 그러겠노라고 했다.

  

우울증은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나 자신의 두려움도 어쩌면 숨겨진 우울증의 표현일 수 있다. 그렇다 나에게도 우울증의 위험인자가 있다. 열정이 뻗친다는 것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의 뒷 모습이기도 하다. 두려움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자신의 두려움이 아니라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남의 두려움으로 객관화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내가 열심히 심장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것도 두렵기 때문이다. 그에게 심장 전문 서적을 번역하는 일은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고 두려움이 그에게는 힘이 되는 듯하다. 그래도 두려움을 자꾸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아 보인다. 이제는 조금 잊기도 하고 좋은 생각을 더 많이 해서 black dog 와 헤어지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했다.


우리 모두 두려움이 있다. 어떤 두려움은 열정의 원천이 된다. 그러나 두려움을 하나하나 되뇌이는 것이 좋은 것같지 않다. 두려움은 덮어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때가 더 많다.  그리고 두려움을 잊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 간다. 


심장 서적 번역서 출판이 나의 욕심인 것은 맞다. 서진에게도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편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책은 독자를위한 것이어야한다. 독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을 낸다면 출판을 완성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출판을 추진하는 과정으로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그 과정이 부담이 된다면 중단할 것이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받아들일수 있는 정도의 고통만을 주신다고 했으니 믿어보자.    


I had a black dog, his name was depression

https://youtu.be/XiCrniLQGYc

profile

네이버 학술정보 / 심장박물관 / 심장 병리학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교수

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 이사장

대한심장학회 심장병리연구회 회장

 

Jeong-Wook SEO, MD
Professor, Department of Path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Chairman, Woochon Cardio-Neuro-Vascular Research Foundation

President, Cardiac Pathology Study Group, Korean Society of Cardiology

Naver Academic / Heart Museum / Cardiac Pathology 


Tel: +82-2-740-8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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